2: Fiat Lux

Fiat Lux ─ 빛이 있으라 06. 한밤의 한산한 국도 위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는 그르렁거리는 자동차 엔진음과 낮은 숨소리만 울렸다. 낮다 못해 희미한 숨소리는 간혹 불규칙하게 흔들렸고, 그때마다 운전대를 잡은 세건의 손은 움찔거리며 휠을 세게 부여잡았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세건의 시선이 옆으로 흘렀다. 창문 밖으로 빠르게 스치는 풍경은 이미 새까만 어...

Fiat Lux ─ 빛이 있으라 05.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몸을 싣고 가게로 돌아온 세건은 지갑을 꺼내 대리 비용을 치룬 후 차키를 건네받았다. 후하게 건넨 돈 덕분인지 가벼워 보이는 걸음으로 떠나는 대리기사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세건은 이내 고개를 털털 흔들었다. 생각보다 취기가 올랐던 것 같다. 어느새 자정을 넘긴 시각에, 휴대폰의 날짜도 바...

Fiat Lux ─ 빛이 있으라 04. 김성희의 등쌀과 시선에 일단 차키를 챙겨 카페를 빠져나오긴 했지만, 세건은 무섭게 인상을 쓴 채였다. 그 얼굴을 감상하는 게 재미있어서 현은 세건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가 피어오르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자 세건이 눈을 부라렸다. "으음, 그으-래서… 어디로 갈까. 정말 이대로 친목 다짐하러 술이나 한잔?" 천...

Fiat Lux ─ 빛이 있으라 03. 자신이 처음 흡혈귀가 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남자는 세상이 멸망하는 것만 같았다. 멀쩡하게 아침이면 출근하고, 해가 지고 나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와 마누라가 차린 저녁을 먹으며 토끼 같은 딸이 종알종알 읊어대는 하루 일과를 듣는 것이 삶의 낙이었던 그에게 있어서 이유도 알 수 없는 신체의 변화는, 그로 말미암아 더는 ...

Fiat Lux ─ 빛이 있으라 02. 밤의 마물들에 관해서라면 뭔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라이칸스로프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자연잉태가 먼저였는가, 어느 순간 발생한 변이체가 인간들을 공격해서 감염시킨 사례가 먼저였는가에 대해서 역시 밝혀진 바가 없다. 어쨌거나 라이칸스로프, 특히 그 기원에 가장 가까운 웨어 울프의 사례는 유럽, 아프리카...

Fiat Lux ─ 빛이 있으라 01. 정보・마법 상점 <카르마>는 헌터들 사이에서 두 가지로 유명했다. 첫 번째는 질 좋은 상품과 순도 높은 정보를 취급한다는 점, 두 번째는 상점이자 카페를 운영하는 오너 한세건이 그것이었다. 외견상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 한세건은 높은 벽과 어딘지 칼날 같은 분위기를 두르고 있는 미남자였다. 미인(美人...